[ 대한민국 행정경계 중첩 사례_아파트를 중심으로 ]
지난 포스팅에서 ‘수락리버시티아파트’ 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단지별로 광역자치단체가 달라지는 사례를 살펴보았다. 같은 ‘수락리버시티’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각 단지가 ‘경기’ 와 ‘서울’ 이라는 완전히 다른 행정구역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러한 문제로 인해 더 멀리 떨어진 주민센터를 이용하는 등의 불편함이 존재했고, 단지별로 아파트 가격 차이도 존재했다.
이처럼 수락리버시티아파트 사례를 통해 단지별로 광역자치단체가 달라지는 특이한 상황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그보다 더 세분화된, 같은 단지 내에서도 동별로 행정구역이 달라지는 아파트 사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단지내에 서울과 경기도가 섞인 단지–하안주공13단지아파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하안주공13단지이다. 이 아파트는 1301동부터 1320동까지 총 20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301동~1313동은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1314동~1320동은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속해 있다.
즉, 같은 단지 내에서도 절반은 경기, 절반은 서울이라는,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과거 안양천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행정경계가 설정됐고, 이후 하천 직선화 사업 등으로 실제 지형은 바뀌었지만 행정구역 경계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하안주공13단지의 앞동(1313동까지)은 ‘하안주공’으로, 뒷동(1314동부터)은 ‘독산주공’으로 불리고 있다.
단지별로 행정구역이 나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단지 내에서 행정구역이 나뉘면, 주민들은 다양한 불편을 겪게 된다.
수락리버시티의 경우는 주민센터의 거리, 파출소 신고의 불편함 등이 있었는데 하안주공13단지아파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학교 배정이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근 안천중학교는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사는 1314~1320동 학생들만 진학이 가능하고, 광명시 하안동 거주 학생들은 다른 학교로 배정받게 된다.
단지 내에서 학교 진학이 갈리는 현실은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큰 고민거리를 주고 있다. 학교 배정의 불균형, 행정기관 접근성 차이 등은 주민 간의 형평성을 해치고, 공동체의 단일성과 정체성에도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현재 하안주공아파트 일대는 재건축 시점을 앞두고 13개 단지를 9개 특별계획구역으로 재편하는 지구단위계획이 추진 중이다.
특히 광명시와 서울시 금천구에 걸쳐 있는 단지들은, 수도권 최초로 두 개 광역지자체가 협력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로 기록되었다. 서울시는 해당 단지 내 서울시 땅 일부에 대한 정비사업 권한을 광명시에 위임하였고, 광명시는 이를 기반으로 재건축 절차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인허가 권한이 광명시에 넘어갔다고 해서 행정구역 자체가 광명시로 통합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금천구에 속한 구역은 재건축 이후에도 여전히 서울시의 행정구역으로 유지되며, 주소지와 행정 서비스는 기존대로 서울시에 소속된다.
결국 이처럼 경계에 위치한 단지들은 향후 재건축을 통해 물리적 환경은 개선될 수 있을지 몰라도, 행정구역 분할로 인한 실질적인 생활 불편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행정 서비스의 일관성과 주민 생활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인 제도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