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표지판이나 주소표지판의 의미를 안다면,

도로의 길이나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도로의 길이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

 

잔뜩 기대하던 팝업스토어 행사장을 찾아가는 지민과 민수. 오랜만에 시내 구경하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너무나 더운 날씨에 지민이 지쳐버렸다.

“아, 도대체 얼마나 더 걸어가야 해?”

지민이 투덜거리자, 민수는 건물 표지판을 쓱 보더니 대답했다.

“걱정 마, 딱 1km 정도 남았어. 한 15분만 더 걸으면 돼!”

스마트폰 길찾기 앱을 보지도 않고 민수는 어떻게 남은 거리를 단번에 알아냈을까? 그 비밀은 바로 도로명주소에 적힌 ‘기초번호’에 숨어 있다.

◇ 도로명주소의 숨은 과학, ‘기초번호’란? 

 

우리가 매일 보는 도로명주소에서 길이를 간접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기초번호(基礎番號)’다. 기초번호는 도로구간의 시작 지점(기점)부터 끝 지점(종점)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부여된 번호를 말한다. 이는 또한 건물번호의 근거이기도 한다. 기초번호를 토대로 건물번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림1> 기초번호를 부여하는 방법

번호가 부여되는 방식은 체계적이다. 도로의 기점에서 출발해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좌측에는 홀수를, 우측에는 짝수를 부여한다. 그리고 도로의 등급(고속도로, 대로, 로, 길 등)에 따라 정해진 간격마다 번호가 2씩 증가하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즉, 기초번호는 단순히 건물의 순서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도로상의 일정 간격을 기준으로 부여되는 ‘거리 기준 번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 번호만 보고 거리를 계산하는 원리

 

그렇다면 건물 표지판만 보고 어떻게 1km라는 거리를 계산했을까? 그것은 기초번호가 ‘일정한 간격으로 부여’되기 때문이다.

넓은 일반도로인 ‘대로’나 ‘로’의 경우, 기초번호는 20m 간격으로 부여된다. 20m 구간마다 좌측(홀수)과 우측(짝수)에 각각 하나씩 총 2개의 번호가 생기기 때문에, 번호 1개가 증가할 때마다 10m의 거리를 의미하게 된다.

지민과 민수가 있던 곳은 ‘세종대로 100’, 목적지는 ‘세종대로 200’이었다. 두 건물 번호의 차이는 100이고, 여기에 1번호당 거리인 10m를 곱하면 1,000m, 즉 1km라는 직선거리가 대략적으로 산출된다. 이처럼 같은 도로에 위치한 두 건물 번호의 차이를 이용하면 스마트폰 없이도 대략적인 거리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기초 번호 사이의 거리는 도로의 등급마다 다르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표1> 도로등급에 따른 기초번호 사이 거리

‘대로’와 ‘로’에서 기초번호 간격이 20m라면, ‘길’에서는 10m 또는 20m 간격으로 기초번호를 부여한다. 가지번호가 많이 부여될 수 있는 길이나 분기 도로가 없는 길은 10m 간격, 그 외에는 20m 간격으로 기초번호를 부여한다.

이러한 규정에 근거해서 아래와 같은 간단한 공식으로 ‘도로명주소’ 상에서의 도로 구간의 길이도 알 수 있다.

 

총 길이 ≒ 최대 기초번호 × 단위 거리(즉, 1번호당 거리)

 

이때, 도로 구간의 총 길이는 측량에 기반한 실제 거리가 아니라 ‘이론적인 추정값’이다. 이론적인 추정값은 실제 도로의 길이와 오차가 있는데, 이를 사례를 통해서 살펴 보자. 이론적인 계산법을 통해서 도로의 길이를 측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표2> 주소명도로 상 도로 구간의 길이 예시

 

첫번째 사례인 방배로를 보자. 방배로는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경남아파트 앞 삼거리(남부순환로)에서 시작해서 방배동 방배삼호아파트 앞 사거리(이수고가차도 근처)까지 이어지는 도로다.

<그림2> ‘방배로’ 도로표지판(네이버지도 거리뷰)

 

위 사진에서 원으로 표시한 도로표지판을 보면, ‘287← 1’이라고 적혀 있다. 이것은 기초번호가 1번부터 287번까지 부여되어 있다는 표시다. 그러므로 위에서 소개한 계산식에 따르면 방배로의 길이는 2.87km이다.

그런데, 행정안전부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에서 안내하는 도로 길이는 2,889m로, 약 2.89km다. 큰 수치는 아니지만, 약간의 오차가 있다.

두번째 사례인 서울시 사임당로를 보자. 서에서 동으로 난 이 도로에는 기초번호가 188번까지 있고, 실제 측량거리가 1,887m로 거의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번째 사례인 강남대로에서는 차이가 커진다. 서울시 강남대로는 서울시 서초구 염곡 사거리에서 시작해서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한남대교 북단까지 이어지는 도로다. 강남대로에는 기초번호가 699번까지 부여되어 있고, 따라서 강남대로의 길이는 약 6,990m가 된다. 하지만, 실제 도로의 길이는 7,820m다. 이번에는 오차가 좀 더 크다.

 

<그림2> ‘강남대로’ 도로정보(출처: 주소정보누리집(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

 

이처럼 실제 도로의 길이와 차이가 나는 이유는 기초번호에 기반한 측정 길이가 GIS(지리정보시스템)를 기반으로 측정한 실제 측량 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론적인 계산 방식에 따른 거리는 도로중심선을 기준으로 한 개략적인 거리이며, 직선 도로를 가정한 계산 방식이다. 현실에서는 모든 도로가 직선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굽은 도로도 있다. 또 교차로에 의해 단절되는 구간도 존재한다. 이 구간에는 기초번호가 빠지기 때문에, 강남대로처럼 넓은 교차로를 여러번 지나가는 도로에는 기초번호가 없는 구간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서 실제 측량 거리와의 차이가 커진 것이다.

◇ 도로표지판을 읽는 방법

 

 

도로표지판은 보통 위와 같은 방식으로 기초번호를 표시한다.

첫번째 표지판은 이 도로의 기초번호가 1번부터 359번까지 있다는 표시다. 따라서 이 도로의 길이는 대략 3,590m, 즉 3.59km다. 또한, 이 표지판을 보게 된다면, 도로의 시작 지점에 있으며, 도로는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뜻이다. 화살표의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다면(359← 1) 도로가 왼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뜻이며, 숫자의 위치만 바뀌어 있다면(359→1) 도로의 끝 지점에 있다는 뜻이다.

만약, 두번째 표지판을 보게 된다면, 왼쪽으로 향한 도로는 기초번호 208번부터, 오른쪽으로 향한 도로는 기초번호 212번부터 이어진다는 의미다.

세번째 표지판은 현재 기초번호 10번의 위치이며, 앞 방향으로 600번까지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도로표지판의 의미를 알고, 또 이론상 계산식의 오차를 유의한다면, 도로표지판이나 건물 표지판(도로명주소 표지판)을 이용해서 도로의 길이나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대략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