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로명의 95.6%는 지역 고유 지명에서 유래한 고유명사이며, 그중 가장 많이 쓰이는 ‘중앙로’는
직관성·역사성·행정 편의성을 이유로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자체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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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기획]
길 위에 새겨진 이름표 : 도로명 주소로 본 대한민국 – ②
도로명은 단순한 이정표가 아니다. 그 이름 속에는 그 땅을 지켜온 사람들의 기억과,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내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일전 게시물에 이어 GDSK 공간주소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전국 42,462개의 기본도로명 유형을 정밀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 도로는 지역의 뿌리인 ‘지명’을 기본으로 하면서 역사적 인물과 자연의 아름다움, 공동체의 가치를 입히며 거대한 서사를 그리고 있다.
도로가 어떤 이름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기본도로명을 대상으로 유형분류를 하기로 하였다. 먼저 1단계로 부여된 이름이 고유명사인지 보통명사인지를 구분하고 다음으로 고유명사는 지명, 인물, 역사/문화재, 자연경관(지형)으로 분류하였다. 보통명사는 동식물, 가치/이념, 방향/위치, 시설/기능, 자연경관, 기타(일반)으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기본도로명의 유형분류는 도로명데이터의 ‘부여사유’ 필드의 정보와 기본도로명의 내용을 바탕으로 LLM을 활용하였다. 기본도로명의 분류체계 및 정의는 아래 표와 같다
| 명사구분 | 유형 | 분류 기준 및 예시 |
| 고유명사 | 지명 | 특정 지역·행정구역·지형지물의 고유명칭 (예: 경인로, 낙동대로, 금강로) |
| 고유명사 | 인물 | 역사적 인물의 이름·호·시호 (예: 세종대로, 퇴계로, 백범로, 정조로) |
| 고유명사 | 역사문화재 | 문화재·사찰·서원·역사적 사건 관련 명칭 (예: 화랑로, 국채보상로, 향교로) |
| 고유명사 | 자연경관(지형) | 산·강·호수·봉우리 등 지형 관련 고유명칭 (예: 경강로, 용마산로, 한강대로) |
| 보통명사 | 동식물 | 꽃·나무·조류 등 동식물 보통명칭 (예: 벚꽃로, 매화로, 동백로, 두루미로) |
| 보통명사 | 가치/이념 | 추상적 가치·이념을 표현하는 보통명사 (예: 호국로, 평화로, 통일로, 번영로) |
| 보통명사 | 방향/위치 | 방향·위치·순서를 나타내는 보통명사 (예: 중앙로, 동일로, 남부순환로) |
| 보통명사 | 시설/기능 | 시설·기능을 나타내는 보통명사 (예: 대학로, 공단로, 공항로) |
| 보통명사 | 자연경관 | 일반적 자연경관을 표현하는 보통명사 (예: 강변로, 해안로, 해돋이로) |
| 보통명사 | 기타(일반) | 기타 보통명사 (예: 시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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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도로명을 명칭유형으로 분석해 본 결과 지명 등의 고유명사를 바탕으로 한 기본도로명이 전체도로명의 99% 이상을 차지함으로써 대부분의 도로명이 고유명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 명사구분 | 유형 | 기본도로명 건수(비율%) | 도로명 건수(비율%) |
| 고유 | 지명 | 40,576(95.56) | 150420(89.04) |
| 고유 | 역사문화재 | 715(1.68) | 6081(3.60) |
| 고유 | 자연경관(지형) | 596(1.40) | 2808(1.66) |
| 고유 | 인물 | 297(0.70) | 2594(1.54) |
| 보통 | 가치/이념 | 49(0.12) | 2608(1.54) |
| 보통 | 방향/위치 | 33(0.08) | 2433(1.44) |
| 보통 | 동식물 | 160(0.38) | 790(0.47) |
| 보통 | 시설/기능 | 24(0.06) | 674(0.40) |
| 보통 | 자연경관 | 9(0.02) | 349(0.21) |
| 보통 | 기타(일반) | 3(0.01) | 172(0.10) |
◇ 95.6%는 ‘땅의 이름’… 사라져가는 옛 지명의 수호신. 분석 결과, 전체 기본도로명의 95.6%는 특정 지역의 유래나 지형지물을 반영한 ‘고유지명’ 유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로명주소 체계가 도입되면서 사라질 뻔했던 우리 고유의 토박이 지명들이 도로의 이름으로 살아남아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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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인기있는 도로 이름 ‘중앙’로. 기본도로명별로 이를 사용하는 도로명(도로명코드 기준) 개수를 세어보았다. 기본도로명으로 가장 인기있는 도로명 Top10은 아래와 같다.
| 순위 | 기본도로명 | 도로명 개수 | 명사구분 | 이름 유형 |
| 1 | 중앙로 | 699 | 보통 | 방향/위치 |
| 2 | 경인로 | 271 | 고유 | 지명 |
| 3 | 동일로 | 269 | 보통 | 방향/위치 |
| 4 | 남부순환로 | 265 | 고유 | 지명 |
| 5 | 중앙대로 | 220 | 보통 | 방향/위치 |
| 6 | 도봉로 | 204 | 고유 | 지명 |
| 7 | 호국로 | 194 | 보통 | 가치/이념 |
| 8 | 평화로 | 191 | 보통 | 가치/이념 |
| 9 | 삼양로 | 185 | 고유 | 지명 |
| 10 | 망양로 | 183 | 보통 | 가치/이념 |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중앙로’로 699개의 도로명이 중앙로를 사용하고 있고, 또 ‘중앙대로’의 경우 220의 도로명이 이에 해당되어 ‘중앙’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도로명은 무려 919개에 이른다. 또 이외에 ‘구로중앙로’, ‘구미중앙로’, ‘목동중앙본로’ 등의 기본도로명을 포함할 경우 ‘중앙’이라는 명칭이 포함된 도로명(도로명코드 기준) 개수는 2,667개에 이른다.(기본도로명 개수 550개, 도로명코드 개수 2,667개).
중앙로는 또한 전국적으로 인기있는 도로명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지자체가 지역의 핵심 거점에 ‘중앙’이라는 이름표를 붙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개 전국 광역시도 중 중앙로와 중앙대로가 없는 경우는 세종시가 유일하다. 부산과 대구는 중앙로는 없고 중앙대로가 존재한다. 이는 중앙대로가 도시의 중심축으로 도로폭이 매우 넓은 간선도로인 것을 의미한다.
전국 어디에나 ‘중앙로(중앙대로)’가 있는 이유는 첫째, 직관성이다. 특정 지명을 모르는 외지인이라도 ‘중앙’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곳이 지역의 중심부임을 즉각 깨닫게 한다. 둘째, 예전부터 ‘중앙’이라는 도로명을 사용한 역사성이 작용한다. 예로부터 도시는 중앙과 동,서,남,북의 위치와 방향으로 구분한 전통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많은 도시들이 중앙의 거리를 ‘중앙통’, ‘본정통’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이것이 관행화되어 이름 붙였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정적 편의성이다. 신도시나 택지개발 지구를 조성할 때, 상징적인 구간에 ‘중앙’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가장 안전하고 실패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많은 (신)도시 가운데에 중앙공원이 있듯이.
대부분의 도로명이 지역 고유의 지명을 딴 고유명사이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이름은 중앙로 같은 보통명사이다. 이는 도로명이 ‘지역의 유일한 역사’를 기록하는 기능도 있지만 ‘누구나 쉽게 찾는 보편적 정보’로서의 기능이 더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앙로는 그 지점에서 대한민국 도로명 주소체계가 선택한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