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소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

영국에서 도로명주소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1855년 대도시 관리법을 제정하면서부터다

도로 좌우의 건물에 홀수 짝수를 번갈아 붙이고, 건물 번호 뒤에 도로명을 쓰는 현대적인 주소 표기 방식이 자리잡았다

⑫ 의회가 법으로 정하다 – 영국 런던

1666년 런던에서 대화재가 일어나 도시 전체의 80% 가량이 불타는 큰 피해를 입었다. 불규칙하고 좁은 도로의 영향이 컸다. 화재 예방 시스템을 강화하고, 행정 관리와 공공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림1> <17세기 런던 지도>, W.Hollar, 1688, 덴하그 Koninklijke Bibliotheek 소장. 런던대화재 이전의 모습.

도시 재건에 나선 런던은 도시 구조를 개선하고 현대적인 도시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건물에 주소 번호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쉽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런던에서 건물에 번호를 부여하게 된 것은 파리의 노트르담 다리 위에 건설된 주택의 경우와 마찬가지였다.

1680년경 윌리엄 레먼(Sir William Leman)은 당시 런던 외곽 지역에 소유하고 있던 굿맨즈 필즈(Goodman’s Fields)를 신도시처럼 개발했는데, 이때 토머스 챔버(Sir Tomas Chamber)라는 사람이 프레스콧 거리(Prescot Street)에 주택을 건설했다.

<그림2> 당시 프레스콧 거리의 주택(왼쪽)과 1746년 제작된 프레스콧 거리 지도(오른쪽)

위의 왼쪽 사진에 보이는 붉은 벽돌 건물이 당시 건축된 주택인데, 한 건축업자가 건설을 맡으면서 사진과 비슷한 주택을 총 70여채나 지었다. 오른쪽 지도[1]를 보면, 프레스콧 거리를 따라가며 양쪽으로 일렬로 늘어서 있는 사각형이 보이는데, 각 주택의 현관 구분선으로 보인다. 동일한 외관의 건물이 저렇게 나란히 늘어서 있었으니, 당연히 주택을 식별하는 게 문제가 되었다. 문제가 계속되자, 1708년에 건물마다 번호를 붙였는데, 최초로 영국에 건물 번호를 도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다.[2]

당시 영국에서는 근대적인 우편제도가 발전하면서 주소 체계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1765년 영국 의회는 <우편법(Postage Act)>을 제정하여 주택 번호를 매기는 것을 법적인 의무로 규정했다. 이 법은 2년 뒤인 1767년에야 실행되기 시작했고, 신규로 건설하는 주택에는 번호 부여가 필수였지만 기존 주택에 번호를 붙이는 사업은 점진적으로 진행되었다.

게다가 주택번호에 관한 최초의 법 규정이 모호했기 때문에 도로의 소유주가 도로 이름을 자기 마음대로 짓고 주택에 번호를 붙일 수 있었다.[3] 최초로 주택 번호를 도입한 프레스콧 거리의 경우도 그 지역을 개발한 윌리엄 레먼이 자기 어머니의 성(Prescot)을 따서 거리 이름을 지은 것이었다.

영국에서 도로명 주소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1855년 <대도시 관리법(Metropolitan Management Act)>을 제정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이 제정되면서 도로명과 주택 번호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업위원회가 생겼고, 우체국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도로명과 건물 번호를 정비하고 부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림3>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 문에 건물 번호가 붙어 있다.

이렇게 해서, 영국에서는 19세기 중반부터 도로 좌우의 건물에 홀수 짝수를 번갈아 붙이고, 건물 번호 뒤에 도로명을 쓰는 현대적인 주소 표기 방식이 자리잡았다.

(다음 글에서 계속)

[1] John Rocque, John Pine, John Tinney, <A plan of the cities of London and Westminster, and borough of Southwark, with the contiguous buildings sheet 2f Map>, 미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소장. https://en.wikipedia.org/wiki/John_Rocque%27s_maps_of_London.
[2] “Prescot Street – an historical introduction”, Survey of London, Contributed on 3 August 2025, https://surveyoflondon.org/map/feature/1300/detail/.
[3] Kathryn Kane, “On The Numbering of Houses”, The Regency Redingote, posted on 10 February 2012, https://regencyredingote.wordpress.com/2012/02/10/on-the-numbering-of-houses/ Accessed 19 June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