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문화권 국가의 주소들 ]
1970년대에 경제 성장과 산업화,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대만 정부는 현대적인 주소 체계를 도입하여 도로명 주소 체계를 정비했다
⑯ 현대적인 주소 체계의 도입 – 대만
대만의 주소 체계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며, 동아시아의 국가들이 그렇듯 상위 행정구역에서 하위로 좁혀 나가는 주소 체계를 가지고 있다.
대만에 주소가 처음 도입된 것은 청나라 때인 19세기 후반이다. 중국 본토보다 빠른 1888년에 대만우정총국을 설립하여 우편 업무를 시작하면서 주소 체계를 정비해 나갔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행정구역과 도로, 마을 이름만 존재했고 체계적인 도로명이나 번지수는 없었다.
대만을 식민지로 점령한 일본은 일본식 행정구역과 우편 시스템을 도입하여 숫자 지번 등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중화민국 정부가 대만을 통치하면서 행정구역 체계를 재편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70년대에 이르러 대만에서 경제 성장과 산업화,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도시 지역의 주택 및 상업지역이 크게 확장되면서 기존의 주소 체계로는 위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현대적인 주소 체계를 도입하여 도로명주소 체계를 정비했다.
<그림1> 타이베이 시의 주소표시판 거리의 도로명 안내 표지판
대만의 행정체계에서 가장 상위 행정구역은 시(市)와 현(縣)이다. 시는 ‘스(市) → 취(區) → 리(里)’, 현은 ‘셴(縣) → 샹(鄉)/전(鎮)/셴샤스(縣轄市) → 리(里)/춘(村)’ 체계를 가지며, 리(里)나 춘(村) 다음에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붙여 주소로 사용한다.
도로명은 도로의 크기와 분기(큰 도로로부터의 갈라짐)에 따라 세분화 된다.
먼저, 도로의 크기에 따라 큰 도로는 루(路), 그보다 작은 도로에는 제(街)를 사용하는데, 루(路)의 길이가 길 때는 구간을 나눠서 뚜안(段)을 넣는다. 큰 도로에서 분기된 골목길일 때는 샹(巷)을 사용하고, 샹에서 분기된 좁은 골목길에는 룽(弄)을 사용한다.
대만의 주소 체계를 조금 더 알기 쉽게 한국과 비교해서 정리해 보았다.
<표1> 대만의 행정구역과 주소 체계
대만의 주소 체계에서 ‘리(里)’는 한국의 동(洞)과 같은 단위다. 셴(縣)에서는 리(里)와 춘(村)을 혼용해서 사용한다. 리(里)나 춘(村)은 주로 주민등록, 등기부나 공공기관 데이터베이스 등 공식문서에서만 사용하는 행정구역 단위다. 일상적인 주소 표기에서는 대부분 생략한다.
아래는 타이베이 시 한 건물의 우편함 사진으로, 각 층에 있는 가구들의 우편함마다 주소표지판이 붙어 있다.
<그림2> 타이베이 시의 어느 건물의 우편함
대만에서는 주소표지판을 ‘디즈먼파이(地址門牌, 지지문패)’라고 하는데, 대만의 주소 체계를 잘 보여준다. 왼쪽 제일 아래에 있는 표지판의 전체 주소는 다음과 같다.
臺北市 松山區 八德路三段106巷68號 2樓
타이베이시 쑹산구 바더로싼뚜안 이링류샹 류스바하오 얼러우
위의 주소를 한자음으로 쓰면, ‘타이베이시 송산구 팔덕로3단 106항 68호 2층’이 된다.
이 주소에서 ‘팔덕로3단’이라고 한 것처럼, 긴 루(路)의 구간을 나누어 뚜안(段)을 사용하고, 그 뒤에 길 이름(106항)과 건물번호(68)가 온다.
대만의 도시 주소 체계는 ‘시(市 스) → 구(區 취) → 리(里 리)’인데, 사진 속 주소에서는 ‘리’가 없이 바로 도로명과 건물 번호가 나온다. 이 주소의 리는 ‘復源里(복원리)’로, 송산구와 팔덕로 사이에 들어가야 하지만, 일반적인 주소 표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는 국가에서는 주소표지판에 길 이름과 건물번호만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만에서는 구(區)와 대로명(路)까지 있어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는 점도 눈에 뜨인다.
(다음 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