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문화권 국가의 주소들 ]
일본의 주거표시주소는 도로가 아니라 구역을 기준으로 번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도로명주소와 다르고,
구역을 세분화 한 토지가 아니라 건물을 기준으로 번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지번주소와 다르다
⑮ 지방자치제가 발달한 국가 – 일본 (2)
일본은 주소를 어떻게 표시하는지, 지난번 포스팅에서 언급한 주거표시주소 제도를 중심으로 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지방자치가 발달한 일본의 주소 체계는 조금 복잡해 보일 수도 있는데, 지역에 따라 명칭이나 표기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행정구역은 광역 행정구역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 아래 기초 자치단체인 시정촌(市町村)으로 구성된다.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시/정/촌은 크기에 따라 결정되며, 대도시의 경우에는 시(市) 아래 구(区)가 있고, 시(市)도 인구수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된다. 도쿄도에는 23개의 특별구가 있는데, 규모가 커서 각각의 구가 자치권을 가지고 시의 역할을 한다.
주소를 표기할 때는, 상위에서 하위 행정구역으로 내려가며, 그 아래에 ‘초메(丁目, 동) → 반(番, 번지) → 호(号, 개별 건물) → 상세주소(호실)’ 순으로 세분화한다.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1].
초메 위에 초메를 묶은, 더 넓은 행정구역인 ‘초/마치(町)’가 있는 경우도 있고, 자치단체에 따라 특유의 표기법을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위와 같은 주소 체계를 따른다.
<그림1> 일본의 주소표시판
위의 사진은 일본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소표지판이다.[2] 일본에서는 주소표시판(住所標示板) 혹은 주소간판(住所看板)이라고 한다. 이 주소표시판에 있는 주소는 다음과 같다.
兵庫県 神戸市 兵庫区 新開地 五丁目1番
효고현 고베시 효고구 신카이치 5초메 1반
도시의 전형적인 주소 형태로, ‘현 → 시 → 구 → 초메’로 내려가는 ‘주거표시주소’다. 주거표시주소는 블록(반番)을 기준으로 건물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도로를 기준으로 좌우에 건물 번호를 부여하는 도로명 주소와는 다르다.
아래 그림을 보면[3], 일본의 주거표시주소가 도로명 주소와 어떻게 다른지 잘 알 수 있다.
<그림2> 기초번호와 주거번호(출처: 國土交通省 國土地利院 / 한국어로 번역)
하위 행정구역인 초메(丁目: 동)는 블록인 반(番)으로 세분되는데, 블록의 구획선에 출발점을 정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번호를 부여한다. 이 번호를 기초번호(基礎番戶)라고 한다. 반(番)에 존재하는 건물에는 출입구를 기준으로 그곳에 해당하는 기초번호를 주는데, 이것을 주거번호(住居番号)라고 한다.
주거표시주소가 도로명을 사용하지 않고 구역 내에서 세분화된 번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는 지번 주소와 동일하지만, 지번 주소는 아래 왼쪽 그림처럼 구획된 토지를 기준으로 번호를 부여하는데, 주거표시주소는 건물을 기준으로 번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림3> 지번주소와 주거표시주소의 차이(출처: GeoTechnlogies)
그런데, 이러한 주거표시 주소 제도의 시행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결정에 달려 있어 시행 여부가 지역마다 다르다고 한다. 도로명 주소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이루어져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는 지역도 있다. 야마가타현이나 신도시, 도심 재개발 지역 등 새로 개발하는 도시 지역에서는 도로명 주소를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기존 지역의 주소를 바꾸는 일은 힘들고 오래 걸리는 사업으로 여기고 있다. 교토의 경우에는 도로명을 주소에 포함시키지만 주거표시 주소를 함께 표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다음 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