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사는 곳은 어디입니까? ]

① 주소란 무엇일까?

주소란 건물이나 장소의 위치를 나타내는 고유한 식별자다. 대개의 경우,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명칭(지명)에 숫자를 붙여 구체적인 위치를 표시한다. 일종의 부호인 것이다.

주소의 쓰임새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는 교육, 보험, 징병, 조세 징수 등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는데,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 바로 성명과 주소다.[1] 국가의 행정은 주소를 토대로 해서 이루어지며, 성명과 주소를 결합하면 개인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2] 국가가 국민을 파악하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 성명과 주소인 것이다.

주소의 필요가 국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근대 국가가 발전하면서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국민으로서 자신의 신원을 증명해야 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주소가 필수적이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우편제도의 발달이었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는 눈부신 경제 성장과 그에 따른 상업 및 제조업 중심지로의 우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3] 교통 수단이 발전하고, 도로를 개선하면서 우편 배달 속도가 두 배 가까이 빨라진 것도 우편 서비스의 확대에 큰 도움을 주었다. 누구나 쉽게 우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 편리함과 경제성에 열광했다. 문제는 주소였다.

1881년 영국에서 사용된 우편 봉투
<그림1> 1881년 영국에서 사용된 우편 봉투

1881년 영국의 브래드포드에서 요크 지방으로 발송된 편지 봉투를 보자.[4] 왼쪽 상단에 발송인 대신 철도 (“Railway”)라고만 적혀 있다. 수취인은 중앙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Miss L.Hutchins

          Birch House

          Windhill

          York

요크(York) 시 윈드힐(Windhill) 마을 버치 하우스(Birch House)의 윈드힐 양(Miss L.Hutchins)에게 보내는 우편물임을 알 수 있다. 주소는 건물 명칭까지만 있고 번지수는 적혀 있지 않다. 이 우편물을 우편 배달부는 윈드힐 마을에 가서 버치 하우스를 수소문 하여 찾아가서 배달했던 것이다.

하지만,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어느 동네의 누구라고만 써서는 수취인을 찾기 힘들어졌다. 우편 배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5] 근대적인 주소체계가 미비한 시기에 우편물을 배달하는 업무는 배달원에게 지옥 같은 상황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신속하게 우편물을 배달하는 데에도 큰 장애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런던에서는 19세기 중반부터 도로명 정비에 착수했다.[6]

1900년 파리 지도
<그림2> 1900년 파리 지도

위의 사진은 1900년도에 간행된 파리 지도다.[7] 파리는 이미 당시에 이리저리 얽힌 도로들와 건물들로 빽빽한 대도시였다. 도시의 인구도 파리가 270만명, 런던은 500만명을 넘어섰다. 관청에서 서류를 발급 받거나 금융 기관을 이용할 때, 과거처럼 어느 가문의 누구라거나, 어느 마을 출신의 누구라고 해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었다. 신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주소가 필요헸다. 주소는 시민으로서의 개인을 구성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주소는 위치 정보를 표시하고 개인의 신원을 입증하는 것 이상의 또 다른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음 글에서 계속)

[1] 문송현, “주소가 주민번호보다 더 중요한 데이터다”, 『내일신문』, 2022.12.29일자 인터넷판에서 인용.

[2] 신분관계로 개인을 식별할 때 주요한 요소로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본적 등을 들 수 있다.( 「개인정보 의미」,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2025년 6월 16일 인용, https://www.kopico.go.kr/intro/personInfoIntro.do )

[3] “History in postal system”, 『Britannica』, 2025년 6월 16일 인용, https://www.britannica.com/topic/postal-system/History .

[4] 1881년도에 사용된 우편 봉투. 『The PhilaMercury Project』, 2025년 6월 16일 인용, https://www.philamercury.com/covers.php?id=28902 .

[5] 디어드라 마스크, 『주소 이야기』, 연아람 옮김, 민음사, 2021, 129-138쪽.

[6] 같은 곳.

[7] “An old map of Paris, France. Maps are printed in full and outline color. In French”,  Larousse – David Rumsey Historical Map Collection,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85438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