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로의 98%는 동네 안에서 끝나지만, ‘경인로’·’남부순환로’ 같은
2%의 광역 도로는 여러 시·도와 시·군·구를 하나의 이름으로 묶으며 주소 직관성의 문제를 낳고 있다.

[시리즈 기획]
길 위에 새겨진 이름표 : 도로명 주소로 본 대한민국 – ④
“내 집앞 도로가 다른 도시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도로는 무엇인가
?

대한민국 도로명주소 체계가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다. 누구나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체계 속에서, 일부 도로명은 단 하나의 ‘이름’으로 여러 도시와 행정구역을 통과하며 수십 킬로미터를 뻗어나간다. GDSK의 공간주소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전국 도로명 주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도로의 98%는 동네(동일 시군구) 안에 머물지만, 나머지 2%는 광역 경계를 훌쩍 넘나드는 ‘장거리 도로’임이 확인됐다.

◇ 도로 100개 중 98개는 ‘우리 동네 지킴이’

전국 도로의 99.35%는 단 하나의 광역시도 안에서 시작하고 끝맺는다. 시군구 단위로 더 좁혀보면, 전체 도로명의 97.8%가 단 하나의 시군구 행정구역 내에서 완결된다. 즉,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도로 100개 중 무려 98개는 옆 동네로 넘어가기도 전에 이름이 바뀌거나 끝이 난다는 뜻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1,106개의 도로가 두 개 이상의 광역시도에 걸쳐 존재하고, 3,727개의 도로가 두 개 이상의 시군구에 걸쳐 존재한다. 즉 수천개의 도로명주소가 행정구역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도로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과 시도 수도로명 수비율(%)
1개168,04999.35
2개 이상1,1060.65
통과 광역시도 수별 도로명 분포
통과 시군구 수도로명 수비율(%)
1개165,42897.8
2개 이상3,7272.2
통과시군구 수별 도로명 분포

이는 우리나라 도로명 주소 체계가 기본적으로 지역의 고유 지명이나 마을 단위 특색을 반영해 설계된 결과이지만, 나머지 2.2%에 해당하는 도로들은 행정 경계를 가로지르며 지역 간 연결성을 확보하는 핵심 인프라가 된다. 이러한 행정경계를 가로지르며 존재하는 도로명을 사용하는 도로명주소는 도로명 자체만으로는 주소가 어느 지역에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측면이 있다.

◇ 대한민국 대동맥, 경부고속도로 — 10개 시도·29개 시군구를 잇다

전국을 관통하는 도로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경부고속도로’다. 서울을 출발해 경기도, 충청도를 거쳐 경상도와 울산·부산에 이르기까지 무려 10개의 광역시도를 통과하며, 거쳐 가는 시군구만 해도 29개에 달한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대동맥이다.

중앙고속도로와 광주대구고속도로 역시 6개 광역시도를 가로지르며 지역과 지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고속도로는 성격 상 건물 주소 부여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본 기획에서 주목하는 것은 주거·업무·상업 시설의 주소지가 되는 ‘일반 도로’ 중에서 가장 넓은 보폭을 가진 도로들이다.

◇ 서울·경기·인천을 하나로 — 일반 도로의 최강자 ‘경인로’

고속도로와 자전거도로를 제외한 일반 도로 가운데, 가장 많은 광역시도를 관통하는 도로는 ‘경인로’다. 경인로는 경기도,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등 3개 광역시도와 6개 기초 지자체를 단 하나의 도로명으로 묶는다. ‘서해안로’와 ‘벌말로’ 역시 3개 시·도를 관통하며 수도권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강원·경기·충북을 잇는 ‘가곡로’, 광주·전남·전북을 연결하는 ‘영장로’ 등도 지역 간 경계를 허무는 대표적인 광역 도로다. 특히 경인로처럼 광역화된 도로명은 주소의 핵심 기능인 ‘구역의 특정’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소만 보고는 해당 건물이 어느 동네에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순위도로명통과 시도수통과지역(광역시도)
1경인로3경기도,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2서해안로3경기도,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3벌말로3경기도,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4가곡로3강원도, 경기도, 충청북도
5영장로3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전라북도
3개 이상 광역시도 통과 주요 일반도로 Top5

◇ 서울 내 최장 광역 도로- 9개 시군구를 잇는 ‘남부순환로’

서울 안에서도 유독 긴 호흡을 자랑하는 도로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압도적인 것이 바로 ‘남부순환로’다.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항동 김포공항입구 교차로에서 시작해 강남구 수서동 수서IC까지 이어지는 남부순환로는 총 연장 32.62km, 너비 40~50m(왕복 6~10차 로)에 달한다. 이 하나의 도로명 아래 서울 내 8개 자치구(강서구·양천구·구로구·금천구·관악구·서초구·강남구)와 경기도 광명시까지 총 9개의 시군구가 속한다.

서울, 경기 9개 시군구를 잇는 남부순환로

남부순환로는 이름 그대로 서울의 한강 이남권의 전 지역을 관통하면서 지역간 이동과 소통의 역할을 하는 도로이다. 이 도로를 따라 다양한 주택과 건물이 존재하며 이들은 도로명주소로 ‘남부순환로’를 공유하고 있다.

남부순환로 외에 한강 이남의 핵심 간선도로인 올림픽대로는 8개 자치구를, 서울 시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내부순환로(6개), 천호대로(6개), 동부간선로(6개) 등이 서울의 동서남북을 잇는 광역 도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순위도로명통과 시군구수주요 통과 지역
1남부순환로9강서구,양천구,구로구,광명시,금천구,관악구,서초구,강남구
2천호대로6동대문구,성동구,광진구,송파구,강동구,하남시
3동일로6양주시,의정부시,노원구,중랑구,성동구,광진구
4통일로6파주시,고양덕양구,은평구,서대문구,종로구,중구
5시흥대로5금천구,구로구,관악구,영등포구,동작구
서울 지역 주요 광역 통과 도로(Top 5)

여러 시도 및 시군구에 걸처 있으면서 도로명주소로 사용되는 광역 도로는 우리가 사용하는 ‘도로명’이 단순히 주소를 찾기 위한 기호를 넘어, 시민들의 실제 생활권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를 넘나드는 상위권 도로들은 수도권 일일 생활권의 범위를 데이터로 증명하고 있다.

도로명주소의 ‘도로’는 길을 연결하는 교통망, 특정 위치를 찾아가는 도로경로 찾기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위치를 특정하는 ‘주소’로서의 기능도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 분석 결과처럼 하나의 도로명이 지나치게 넓은 범위를 포괄할 경우, 주소의 직관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광역 도로명을 유지하되, 주거 밀집 구간에서는 보조 지표나 구간 세분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치 찾기의 편의성을 위해 도입된 도로명 주소가 정작 너무 넓은 범위를 포괄하면, 주소의 직관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명주소 체계 도입 12년, 이제는 ‘길이’보다 ‘깊이'(정확성)를 고민하면서 개선 및 보완을 해야 할 시점이다.

[GDSK 시리즈 기획] 길 위에 새겨진 이름표, 도로명 주소로 본 대한민국
① 기본 도로명으로 본 도로 이름의 특징: 도로명 주소로 본 대한민국
②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로명 1위는? – 42,462개의 데이터가 밝힌 답
③ ‘벚꽃길’이 가장 많은 도시는 서울 – 전국 도로명 데이터로 보는 지역 브랜딩과 역사 기록
④ 우리나라에서 길이가 가장 긴 도로는 무엇일까? – GDSK 도로명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