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주소 체계의 발전 ]

세종로와 세종대로, 어느 쪽이 맞을까?

‘테헤란로’는 ‘대로(大路)‘일까, ‘로(路)‘일까?

[도로명 주소] 대로, 로, 길은 어떻게 다를까?

도로명 주소는 ‘기본주소(주소 상)’에 해당하는 도로명과 ‘상세주소(주소 하)’에 해당하는 건물 번호로 구성된다. 그런데, 도로명에 ‘대로’나 ‘로’를, 때로는 ‘길’을 사용한다. 어림짐작으로 이 세가지가 도로의 크기를 가리키는 것 같기는 한데, 정확하게 그럴까? 지명이란 보수적이어서 예전부터 사용되던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습적인 명칭을 붙여서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도로는 광화문을 향해 난 도로로 폭이 최대 100미터에 달한다. 그러니 ‘세종대로’라는 명칭이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데, 어쩐지 세종로라는 명칭이 낯익게 들린다. 이 도로의 명칭은 ‘세종로’가 맞을까? 아니면 ‘세종대로’가 맞을까?

  • 법령으로 정해진 ‘대로, 로, 길’의 기준

대로와 로, 길, 어느 것을 사용할 지는 도로명주소법 시행령 제6조에 그 구분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표1> 대로, 로, 길의 구분 기준
<그림1> 대로, 로, 길의 구분 기준

이 기준에 따르면,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이어진 도로는 폭이 40미터를 초과하기 때문에 명칭이 ‘세종대로’가 맞다. 그럼에도 ‘세종로’라는 명칭이 익숙하게 들리는 것은 역사적인 이유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직후인 1946년, 광화문 앞 삼거리에서 세종로 사거리에 이르는 구간에 세종로라는 이름을 붙여서 사용했기 때문이다.(아래 지도에서 1에서 2에 이르는 구간) 세종로 사거리에서 숭례문에 이르는 도로에는 태평로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2010년에 세종로와 태평로를 합쳐서 ‘세종대로’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출처: 카카오맵)

또한 도로명주소법에 따르면, 도로명주소에는 구간을 정하게 되어 있다. 현재 세종대로는 서울역교차로(지도에서 3번 구역)에서 시작해서 광화문 삼거리까지 이르는 도로를 가리킨다. 참고로, 광화문이 아니라 서울역 앞을 시작점이라고 하는 이유는, 도로의 시작점을 정할 때, 남북 도로의 경우에는 남쪽, 동서 도로의 경우에는 서쪽을 시작점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모든 도로의 시작점이라고 하는 ‘도로원표’와는 별개의 개념이다. 우리나라 모든 도로의 시작점인 ‘도로원표’의 표지석은 세종로 사거리에 있다.)

  • 도로명은 ‘로’이지만, 실제는 ‘대로’인 도로들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듯이, 도로명에도 법적 기준과 실제 명칭이 일치하지 않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종로’와 ‘테헤란로’다.

<그림2> ‘대로’와 ‘로’ 명칭의 특별한 사례

서울 강북 지역의 광화문 사거리에서 흥인지문에 이르는 도로인 종로는 과거 8차로 이상이었으나, 최근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한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현재 왕복 6차로로 운영되고 있다. 차로 수와 도로폭 모두 ‘로’에 해당한다. 하지만,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역사적 상징성과 서울 중심부의 핵심 간선도로라는 점 때문에 행정적으로는 ‘대로급’으로 관리되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의 강남역에서 삼성역(삼성교)에 이르는 도로인 테헤란로는 왕복 10차로에 폭이 50m에 달해 법적으로는 명백한 ‘대로’ 규모다. 하지만 이 도로에 ‘로’를 붙여 사용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 도로의 이름은 원래 삼릉로였는데, 1977년 서울시와 테헤란시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이를 기념하여 도로 이름을 ‘테헤란로’로 변경했다. 테헤란시에서도 한 도로의 이름을 ‘서울로’라고 바꿨다. 이러한 상징성을 고려하여 테헤란’로’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로’급으로 예우, 관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도시계획이나 관리의 측면에서 우선순위 대상이라는 의미다. 대로를 중심으로 교통신호 체계가 최적화되고, 제설 작업이나 도로 파손 보수의 경우에도 가장 먼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된다. 도시의 미관을 유지하기 위한 경관 심의도 더 엄격하게 진행된다.  그러니 대로를 예우, 관리한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도로 이름에도 법적 기준 뿐만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행정적인 판단이 녹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