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6.9만 개 도로명을 전수 분석해 순수 명칭만 추출한 ‘기본도로명’ 4.2만 개의 분포를 들여다본다.
도로명은 단순한 주소가 아니라 지역 문화의 기록 저장소이다.
[시리즈 기획]
길 위에 새겨진 이름표 : 도로명 주소로 본 대한민국 – ①
ㅤ
‘기본도로명’으로 본 도로이름의 특징
택배 상자에 적힌 주소,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는 목적지. 우리는 매일 ‘도로명’을 쓰고 읽지만, 그 이름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어떤 이름이 유행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다. GDSK는 공간주소 데이터 분석을 통해 2026년 1월 기준 전국 169,155개의 도로명 데이터를 전수 분석했다. 이번 분석의 목적은 행정적인 관리번호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도로에 어떤 이름을 붙이고 싶어했는지 그 명칭 부여의 작명구조를 파악하는 데 있다.
ㅤ
ㅤ
‘도로명’과 ‘기본도로명’
우리가 흔히 보는 ‘중앙로’, ‘중앙로1길’, ‘중앙로2길’은 행정적으로는 각각 별도의 ‘도로명코드’가 발급되는 독립된 도로다. 그리고 서울에도 ‘중앙로’가 있고, 경기도에도 충청남도에도 전라남도에도 ‘중앙로’가 있다. 도로명은 같은 ‘중앙로’이지만 도로명코드는 모두 다르다. 도로명주소 차원에서 이들 도로명은 다른 도로인 것이다. 하지만 이 도로이름의 작명 측면에서는 ‘중앙로’라는 동일한 이름이다. 이는 전국에 김철수라는 동일한 이름을 쓰지만 이들을 서로 다른 사람으로 유일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주민등록번호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번 기획을 위해 전체 도로명에서 일련번호(1길, 2길 등)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명칭만을 추출한 ‘기본도로명’이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기본도로명은 작명적 관점에서 정의한 것으로 서울의 중앙로에서 갈라진 ‘중앙로1길’, ‘중앙로2길’과 대전의 중앙로에서 갈라진 ‘중앙로1번길’, ‘중앙로2번길’도 모두 기본도로명은 ‘중앙로’라고 정의하고 도로이름의 명칭부여의 특징을 분석하고자 한다.

기본도로명을 통해 우리가 도로에 얼마나 다양한 이름을 쓰고 있는지, 아니면 얼마나 특정 이름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ㅤ
ㅤ
도로명과 기본도로명의 시도별 빈도분포가 다르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도출된 기본도로명의 개수는 42,462개이다. 도로명 개수 169,155개에서 상당수가 감소했다. 이는 도로명의 구조상 남부순환로10길, 남부순환로287길 등 긴 도로에서 존재하는 ‘~길’이 통합되는 효과와 서울의 중앙로와 대전의 중앙로 등 전국적으로 동일한 도로명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통합된 효과 등이 작용한 결과이다. 이를 전국의 시도별 빈도분포를 보면 다음과 같다.

도로명코드 건수로 파악되는 도로명 개수는 경기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 이어서 면적이 넓고 도로망이 발달되어 있는 지역들의 도로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기본도로명의 건수로 볼 때는 전라남도가 가장 많은 기본도로명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단위 농촌지역이 많은 광역도가 도시지역인 광역시보다 기본도로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시지역에서는 긴 도로를 따라 여러 개의 종속되는 길이 많은 특성으로 인해 기본도로명을 공유하는 도로명이 많은 것이 그 이유로 짐작된다.
ㅤ
ㅤ

광역시도별 도로명건수와 기본도로명건수의 분포를 기본도로명 건수순위를 기준으로 막대차트로 그려보면 위와 같다.
명칭의 다양성 측면에서 전남은 전국 기본도로명(42,462개)의 13.94%인 7,737개를 보유해, 도로 수가 훨씬 많은 경북(12.42%)과 경기(12.27%)를 제치고 ‘가장 다채로운 이름의 고장’으로 나타났다. 전남이 이처럼 높은 다양성을 기록한 비결은 농촌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서며 ‘기획된 이름(예: 신도시 1로, 2로)’이 대량 복제되는 수도권과 달리, 전남은 마을마다 전해 내려오는 고유한 옛 지명과 자연지형의 이름을 세밀하게 도로명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이는 도로명주소가 단순히 위치를 찾는 기호를 넘어, 사라져가는 향토 문화를 보존하는 ‘기록 저장소’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향후 인구감소, 지방소멸 현상과 함께 행정의 효율화 등으로 인해 많은 지명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성을 간직한 지명이 도로명에 고스란히 보존된다면 이런 측면에서도 도로명주소의 의의가 있을 것이다.
대전광역시가 도시 면적, 도로망 그리고 인구 측면에서 세종시보다 훨씬 큰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기본도로명 수가 적어서 전국 광역시도 중에서 기본도로명이 가장 적다는 것이 특이하다. 기본도로명 수가 적다는 것은 도시의 도로체계가 잘 정비되어 있는 것의 결과로 보이기도 하지만 도로명이 도시의 성격과 특성을 나타내는 또다른 얼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채로움이 적은 것이 아닌지, 대전이 심심한 도시라는 항간의 소문이 이런 측면에서도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흥미로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