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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고리듬의 이해] “제2회: 알고리즘이란?”

[ 인공지능 알고리듬의 이해 ]

“제2회: 알고리즘이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데이터사이언스연구본부장

정용찬

알고리즘이란?

­     알고리즘(algorism)이란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한 절차나 방법을 말한다(매경시사용어사전). 통상적으로 수학과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문제를 풀거나 연산을 수행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를 말한다(wikipedia).

이 정의에 따르면 알고리즘은 문제를 풀기 위한 원칙과 순서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어려서 가장 처음 접한 알고리즘은 아마 덧셈일 것이다. 예를 들어 38+83을 계산하기 위한 절차를 생각해 보자.

  1. 더하려는 두 숫자를 자릿수를 맞춰 나란히 정렬한다.
  2. 첫째 자리의 숫자를 더해서 10이 넘어가면 일의 자리를 쓰고 10의 자리는 그다음 자릿수의 덧셈에 넘긴다.
  3. 둘째 자리의 숫자를 더하고 이전 자릿수에서 옮긴 숫자를 더한다. 이때 더한 숫자가 10이 넘어가면 10의 자리의 숫자를 그다음 자릿수로 넘긴다.
  4. 계산을 마친다.

이러한 계산 과정은 어떤 감정이나 주관적인 판단이 배제된 채 오직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피곤하다고 해서 더한 숫자가 10을 넘었는데 그다음 자릿수로 넘기지 않고 빼먹는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물론 컴퓨터에게 이 일을 시키려면 이진수로 바꾸어 처리하는 기술적인 장치도 필요하다.

알고리즘과 프로그램은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인다.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실행되는 명령어들의 순서를 알고리즘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흔히 융통성 없이 일처리를 하는 사람을 ‘기계적’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누가 작동시키더라도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알고리즘은 자판기일 것이다.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를 선택하는 버튼에 불이 들어오고(물론 음료수 판매 가격에 모자라는 돈을 넣으면 불이 안들어온다) 필요한 음료를 선택하여 버튼을 누르면 음료수가 나오고 경우에 따라 거스름돈이 나온다. 이 기능 이외에는 궁금한 점이 있어도 물어볼 수도 없다. 가끔 커피 자판기에의 컵이 안 나오고 커피만 나와 마실 수 없는 상황에서도 발로 차는 것 이외에 항의할 방법도 없다.

구글 북스(https://books.google.com/ngrams)에서 알고리즘과 컴퓨터, 프로그램이란 단어가 1900년 이후 출판된 서적에서 얼마만큼 등장하는지를 확인해 보면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보다 알고리즘이라는 용어가 비교적 늦게 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이란 용어가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의미 이외에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컴퓨터’보다 ‘알고리즘’이 더 새로운 단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웹스터(webster)사전에 알고리즘이란 용어가 실린 것도 1957년이다(컴퓨터인터넷IT용어대사전).

그림 1 구글 트렌드의 알고리즘, 컴퓨터, 프로그램 출현 빈도

출처: https://trends.google.com/trends

우리 삶과 알고리즘

우리 일상을 돌아보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알고리즘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어나면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는데 생년월일 뒤의 7자리 숫자 중 마지막 숫자는 주민등록번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하기 위한 알고리즘으로 구성된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을 할 때 한 두 글자만 쳐도 찾으려는 단어의 예상 리스트를 보여준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살 때에도 추천 알고리즘은 우리가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을 자동으로 제안한다. 대출을 신청하면 평소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통해서 쌓인 실적을 토대로 계산한 신용점수 알고리즘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밤에 누워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키면 내가 좋아할만한 동영상을 추천한다. 모르는 곳을 갈 때도 스마트폰 지도 앱이 내가 갈 길을 인도해 준다. 결혼 상대자도 매칭 알고리즘이라는 모형을 통해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추천해준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우리 자신보다 우리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구글에 의존하는 우리의 생활을 마치 중세시대 신의 역할을 지금은 데이터가 대신하고 있다는 의미로 ‘데이터 종교(Data Religion)’라 표현한다. 알고리즘에 의해 길을 찾고 쇼핑을 하고 여가를 즐기는 나의 삶은 온전히 내가 지배하고 있는가? 알고리즘의 시대에 가끔은 돌이켜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