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소 톺아보기 ]
법정동 재난통계의 문제점
-‘법정동 주소’로는 올바른 침수지도를 만들 수 없다
지난 11월14일 동아일보는 행정안전부를 통해 입수한 전국 동읍면별 주택침수 신고 자료와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635곳을 비교한 자료를 기사로 내보냈다. 여기서 동읍면별 지역은 행정동이 아니라 법정동 3,249 곳의 주택침수 신고 건수를 공개한 것이다.
특히, 2006년부터 2022년 8월까지의 주택 침수 신고를 합산하여 농도를 구분하고 <그림1>과 같이 ‘서울시 침수지도’를 그래픽으로 처리하여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기사를 내보냈다.
또한 동아일보는 “2007년 이후 서울에서 침수 신고가 많이 접수된 10곳 중 관내가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됐던 곳은 동작구 사당동, 양천구 신월동, 강서구 화곡동, 서초구 방배동 등 4곳에 불과했다. 관악구 신림동(7665건)과 영등포구 대림동(3447건)의 경우 침수 신고 건수가 전국 1, 2위였음에도 1998년 제도 도입 후 한 번도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적이 없었다. 침수위험지구 지정에 기초해 이뤄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수해 방지 대책이 실제 침수 피해 지역과 동떨어진 채 추진돼 온 것이다.”고 지적하며 행정안전부에 시정조치과 면밀한 대책을 촉구했다.
요지는 전국에서 <관악구 신림동>과 <영등포구 대림동>이 전국에서 침수 신고가 가장 많았으나 침수위험지구 지정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동아일보의 이 지적은 올바른 주장일까? 결론적으로 50%는 맞고 50%는 틀린 지적이다.
어떤 점이 틀린 지적일까? 살펴보기로 하자.
신림동은 서울에서도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법정동인 신림동 1개가 11개의 행정동으로 분화된 지역으로, 2022년도 10월말 기준으로 11개 행정동의 인구수는 2십4만4천여명이나 된다. <종로구>와 <중구>는 물론 2십2만여명에 가까운 <용산구>보다도 많은 수치다. 인구가 많으니 주택수도 많은 것은 당연하고, 면적도 넓다 보니 지형적인 영향과 겹쳐 침수피해 신고가 많은 것 또한 지극히 당연하다. 반대로 <종로구>의 행정동인 <청운효자동>은 청운동,누상동,세종로 등 10개의 법정동이 묶여 1개의 행정동이 되었으니 법정동 단위로 볼 때 수치가 낮게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림1>의 서울시 침수지도에서 <종로구>와 <중구> 일대의 주택침수 밀도가 낮게 나온 것은 이 때문일 지도 모른다. <청운효자동> 같이 인구가 급격히 줄어 다수의 법정동이 모여 1개의 행정동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인구수와 주택수를 감안하지 않은 침수 또는 재난수치는 통계적 착시를 초래할 수 있다. 잘못된 진단과 지표 산출로 인해 올바르지 못한 정책과 대책을 낳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올바른 침수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인구기반의 행정동 단위로 관리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신속하고 세밀한 행정대책과 조치를 위해서는 주거형태(아파트, 연립, 단독/다가구 등) 또는 지형(산, 강, 하천 등)을 고려한 격자단위 또는 ‘지번에 기반한 묶음단위’(블록)로 구분하고 그에 기반한 통계수치를 산출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표1>에서는 이날 동아일보가 공개한 전국 침수신고 상위 11개 법정동에 행정동 숫자를 조사하여 1개 행정동별 침수건수를 산출했다(노란색항목). 법정동 단위로 보면 침수건수의 순위는 <신림동>, <대림동>, <사당동>….<개봉동>(9위)의 순서였으나, 인구수를 고려한 행정동 단위로 집계하면 <대림동>이 단연 1위고, 2위는 <사당동> 되고 1위였던 <신림동>은 3위가 된다. 또한 법정동 단위로는 9위인 <개봉동>이 4위로 집계된다. 순서가 아예 뒤바뀌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여기서 0.5개는 1개의 행정동이 2개의 법정동으로 나뉘어 이를 0.5개로 잡은 것이다. 참고로 서울지역의 행정동별 평균 인구수 2만2천여명이다.
이것이 바로 최소한 인구기반의 통계수치가 작성되어야 하는 근거이며, 이를 위해 2원화된 법정동-행정동 주소체계를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이유다.
<표1>전국 상위 11곳 법정동별 침수주택 건수와 행정동별 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