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알고리듬의 이해 ]
“연재를 시작하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데이터사이언스연구본부장
정용찬
이 글은 2020년에 나온 글쓴이의 “인공지능 알고리듬의 이해(커뮤니케이션북스)”의 주요 내용을 소개할 목적으로 준비했다. 일전에 저자가 쓴 책을 읽은 GDSK 류근운 대표가 블로그에 주요 내용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알고리듬’이 이미 생활 곳곳에 스며든 상황을 감안하면 사이트를 통해 내용을 공유해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응했다. 책의 주요 내용을 앞으로 열 한 번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책이므로 내용을 그대로 옮길 수는 없는 일이라 각 장별로 핵심적인 내용을 적으려 한다. 더러는 책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도 넣고 새롭게 변화된 상황도 반영하여 내용을 채우려고 한다.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실을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01 알고리즘이란
02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
03 인공 지능과 머신 러닝
04 딥 러닝
05 검색 알고리즘
06 추천 알고리즘
07 자연어 처리와 텍스트 마이닝
08 알고리즘 예술
09 알고리즘, 기회와 차별
10 알고리즘 투명성
알고리즘인가, 알고리듬인가
영어 사전에서 알고리즘(algorism)을 찾아보면 ‘아라비아 숫자 계산법, 산수’이라고 나온다. 또한 algorithm과 동의어라는 설명도 쓰여 있다. 즉 영어에서는 algorism과 algorithm을 함께 사용한다는 의미다. 사전에서는 algorithm을 특히 컴퓨터의 경우에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알고리듬의 이해’라는 책은 인공지능과의 연관성 속에서 알고리듬을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으므로 algorithm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한글 맞춤법 표기법는 ‘th’는 ‘ㄷ’으로 ‘s’는 ‘ㅈ’으로 적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알고리즘’이란 말을 일반적으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고리듬’이란 용어로 표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글은 출판용 책이 아니므로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알고리즘’이라고 표현하려고 한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은 무슨 관계인가
다음 호(알고리즘이란?)에서 용어의 정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지만 ‘알고리듬’이란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한 절차나 방법을 말한다. 커피자판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동전을 넣고 원하는 버튼을 누르면 커피가 나오는데 이는 기계장치에 미리 이러한 절차를 수행하도록 기계에 알고리듬을 저장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커피 자판기뿐 아니다. 검색 포털에서 검색어를 입력할 때 내가 원하는 정보가 정확하게 제시된다거나, 인터넷 쇼핑몰이나 동영상 사이트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상품이나 영상프로그램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은 잘 설계된 알고리즘에 기초하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도 내가 그동안 거래한 금융 실적에 기초해서 알고리즘이 점수를 산출하여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도 알고리즘은 도로별 교통량을 감안해서 가장 빠른 길을 알려준다. 우리 일상은 온통 알고리듬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관심은 의외로 크지 않다. 게다가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란 단어가 우리 곁에 등장해서 알고리즘이 한층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알고리듬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즉 ‘인공지능’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컴퓨터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계산을 잘하는 인공지능처럼 쉬운 것에서부터 복잡한 문제풀이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 즉 단순한 커피자판기가 작동하려면 단순한 알고리즘이 필요하듯이 사람처럼 복잡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가능하려면 복잡한 알고리즘이 내장된 기계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즉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의 시대에 대비하려면 우리 주변에서 작동하고 있는 알고리즘부터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알고리즘이 우리 생활 전반에 퍼져나가면서 알고리즘이 가치중립적이며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알고리즘은 기존의 인식을 확대재생산하여 편견과 차별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관론이 존재한다. 알고리즘이 초래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어떤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 주제와 관련해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이해하다보면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과 함께 하게 될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데도 요긴할 것이다.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을 이용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인터넷 쇼핑도 친근해졌고 무엇보다 배달 음식을 시키는 일도 잦아졌다. 그런데 이런 활동이 많아지면 내 기호나 선호를 더 잘 알아차리고 내가 좋아할만한 음식이나 영상물을 추천해주는 일도 더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다.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음식을 먹고, 옷을 사고 영화를 보는 것도 일상화되었다. 온라인에서 하는 나의 행동이 어디까지 나의 자유의지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 건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때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고맙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일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