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 혼돈과 질서의 만남 ]
제 1장 불확실성, 무작위, 그리고 새로운 지식의 창조
<부록 : 토론>
A.3 우연과 필연
토의가 진행되는 동안, 원인과 결과 그리고 우연에 관한 질문이 대두되었습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질문이 대두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만약 자연현상들이 전혀 예측할 수 없도록 무작위로 발생한다면 아마도 삶은 견디기 힘들 겁니다. 한편 반대로 모든 현상이 결정론적으로 완벽히 예측할 수 있다면 너무 싱거울 겁니다. 모든 현상에는 이 두 가지가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따라서 “인생을 복잡하지만 심심하지는 않게” 만듭니다(네이만J.Neyman이 말하곤 했던 것처럼).
인과율을 통해 관측현상을 설명하고 미래사건들을 예측하는 데는 논리적이 고도 실제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논리적인 어려움은 우리가 복잡한 인과관계의 사슬 속에서 끝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만약 A2가 A1의 원인이 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A2의 원인을 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A3을 답한다면 그 다음은 A3의 원인을 묻게 되고 그런 식으로 계속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끝없는 사슬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단계에 가서는 원인추적이 어려워지거나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 그 단계에서는 우연성 메커니즘을 통하여 사건들을 모형화하려 합니다.
실제적인 어려움은 아주 하찮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가지 현상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무한히 많기(혹은 유한하지만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건지 뒷면이 나올 건지를 알고 싶다면 당신은 몇 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첫째로 앞면인지 뒷면인지의 사건(y)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들, 즉 초기의 속도( x1), 동전의 크기( x 2), 동전을 던지는 사람의 긴장정도( x 3), … 등과 같은 요인들의 크기를 알아야 하며, 더불어 그들 사이의 관계도 알아야 합니다.
만약 f 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거나, 모든 요인들 x1 , x2 , …의 값을 알 수 없거나, 또는 측정오차가 존재한다면 불확실성이 발생합니다. 우리는 단지 요인들의 일부분, 예를 들면 x1 , x2 , …, xn에 관해서만 정보를 가질 수 있고, 이러한 사실 때문에 결과적 현상 y를 다음의 식으로 모형화 하게 됩니다.
여기서는 fa는 f 의 근사함수이며, e는 미지의 오차로서, fa의 선택과 나머지 요인들에 대한 정보 부족, 그리고 측정오차 때문에 발생하는 오차를 나타냅니다. 우연성 메커니즘을 통하여 근사함수 fa와 오차 e를 선택하여 불확실성을 모형화 하는 것은 필연입니다.
그러면 우연이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모형화 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관측현상을 설명하거나 미래의 사건을 예측하기 위하여 이미 알고 있는 원인들의 영향과 미지의 원인들에 대한 가능한 영향들을 어떻게 결합할 수 있겠습니까? 불확실성이 존재할 때 “현상의 설명”과 “사건의 예측”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답한다는 것은 참으로 논리상 어려움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불확실성을 모형화 한다면, 불확실성을 모형화 하는 것 자체에 대한 또 다른 불확실성을 모형화 하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대두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철학적 문제들은 차치하고 일단 한 현상의 설명을, 허용 가능한 오차수준 내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가설(절대적으로 진실이 아닌 가설)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에서의 첫 번째 시도는 오차이론의 개발입니다.
오차이론에 따르면 측정상의 불확실성은 결과해석시(미지의 모수를 추정하거나 가설을 검증할 때) 고려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물리적 체계를 지배하는 우연성에 따라 관찰된 현상을 특징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자연에 대한 인류의 사고와 이해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진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두드러진 예는 120년 전 과학의 역사에 불확정 패러다임Indeterministic para-digm을 최초로 소개한 멘델Gregor Mendel의 연구결과일 것입니다.
그는 우연성에 따라 변하는 자료들을 관찰함으로써 유전구조를 설명하는 유전학의 기초를 세웠고, 그러한 멘델의 생각은 현대의 진화론을 낳았습니다. 이 진화론은 “우연과 필연의 혼합물로써, 우연은 변이수준에서의 우연을 말하며 필연은 도태과정에서의 필연”을 말합니다. 그 이후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일대 진전이 있었는데, 이는 기초 미립자들의 무작위 행위를 통하여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우연의 개념은 아무런 원인 없이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에 대해 그 신비를 밝혀내는 데 실질적으로 큰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더 나아가 우연이 우리의 일상생활, 과학적 탐구, 산업생산 혹은 복잡한 의사결정 등 그 어느 상황에서 발생하더라도 그것을 처리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우연(잡음)에 의하여 왜곡되어지는 메시지로부터 정상적인 신호들을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하였고, 또한 피드백과 통제작용을 통하여 우연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방법도 개발하였습니다(인공두뇌학, 자동제어장치).
우리는 우연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 즉 우연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을 개발하였습니다(오차교 정코드 사용, 일관성을 위한 반복실험,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복된 표현의 도입 등).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우연성을 사용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게 된 것과(몬테카를로 기법, 무작위식 탐구), 그런 문제들을 보다 향상시켰다는 것입니다(품종개량 프로그램에서의 취사선택). 엔지니어들은 가끔 기계의 성능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기계를 설계할 때 여기에 우연의 요소를 도입합니다. 더욱더 역설적인 것은, 정당하고도 편향 없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우리는 자료수집시 인위적으로 우연의 요소들을 삽입시킨다는 것입니다(표본조사나 실험계획 설계 시 볼 수 있는 것처럼).
주사위놀이를 하는 신이 우주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받을 충격을 우리는 아직까지도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로이Rustum Roy가 그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처럼 말입니다.(진리와의 실험Experimenting With Truth, p.188).
그는 또한 계속하여 언급하기를 지금의 선거제도(후보가 유세를 하고 유권자 들이 투표하는 제도)가 폐지되고 유자격자들 중에서 무작위로 후보를 선출(복권식 추첨방식)하는 심각한 정치적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전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러시아의 ‘무작위연구소Random Research Laboratory’ 소장인 래스트리진L. Rastrigin이 그의 유명한 저서인 “우연과 우연의 세계The Chancy, Chancy World”에서 언급한 구절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만약 우리가 자연 속에 존재하는 이성적인 원리를 말해야 한다면, 그것은 오직 우연성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자연의 “이성Reason”을 구성하는 것은 바로 우연성이기 때문입니다. 진화와 개선은 우연성 없이는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