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데이터공간분석 ]
주소와 지도를 활용한 질병지도
② 근대역학의 아버지 ‘존 스노우의 콜레라 발병지도’
소호(Soho)는 런던 중심가인 웨스트민스터의 한 지역이다. 한 때는 런던에서 귀족들이 사는 잘나가던 지역이었으나 부자들이 더러운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동네를 떠나기 시작하면서 1850년대까지 소호는 슬럼가가 되었다. 양복점, 빵집, 식료품점, 수녀원, 사창가가 마구 뒤섞여 있고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이 별로 없어 사람은 한 침대에서 두세 명씩 번갈아 잠을 잘 정도였다.
<그림1> 런던 소호지역(From Wikipedia)
외과의사이자 마취과의사 이기도 했던 농촌출신의 존 스노우(John Snow) 박사가 살던 당시에는 분뇨를 대개 정화조에 저장했는데, 정화조라고 해봤자 지하실 내지 옥외 저장 탱크에 불과했다. 설계상 액체가 새어 나오기 일쑤였고, 한참이 지나서야 분뇨 수거인들이 와서 고형 유물을 수거해 농장에 비료로 팔았다. 템즈강으로 직접 이어지는 하수관에 붙은 정화조도 있어서 런던의 식수원인 템즈강은 미처리 하수로 몸살을 앓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1854년 소호에 콜레라가 발병하자 병은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 지역에서만 6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 갔다. 스노우는 호적총국에서 사망확인서를 받았다. 확인서에는 사망날짜와 원인, 결정적으로 사망자의 주소가 나와 있었다. 대부분의 사망자가 브로드 스트리트(Broad Street) 근처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보았다.
<그림2>존 스노우가 그린 ‘브로드 스트리트 펌프 인근의 콜레라 발병 지도’(From Wikipedia)
“집집마다 다니며 물을 어디서 길어 다 먹었는지 파악했다. 콜레라 유행 초기에 사망한 56명 중 두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브로드 스트리트 펌프물을 마셨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간혹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사망자들의 가족은 소호의 물이 더 깨끗하다고 해서 일부러 그 물을 먹었다고 했다. 아이들 중에는 소호를 지나 학교에 가다가 물을 떠먹고 죽은 경우도 있었다. 술집에서 독한 술을 희석시키는데 이 펌프물을 사용해서 술을 먹고 죽은 사람도 있었다. 노년층의 피해가 더 적다는 사실이 놀라웠는데 이는 물을 길어 다 줄 사람이 없어서 일 것이라는 추축이 가능했다. 콜레라는 이 펌프의 손잡이를 없애자마자 이내 종식되었다.”
<그림3> Broad Street의 펌프 주변 세밀지도
오늘날까지 근대 역학의 아버지라 불리며 그가 작성한 지도가 역학 교재로 남아있지만 존 스노우는 살아있을 적에는 업적을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의사들은 그의 연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런던의 콜레라 유행을 끝낸 것은 스노우의 연구가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악취가 곧 질병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악취를 더 이상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런던에는 정교한 하수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템스강이 정화되면서 콜레라는 종식되었다고 한다.
(참고문헌 및 인용)
Cartographies of disease: maps, mapping, and medicine /by Tom Koch, 2017 New expanded.
The ADDRESS BOOK by Deirdre Mask, 민음사 역, 2021년11월